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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 손지애 지국장
[프린스턴 어학원] 조회수:1549 112.222.112.202
2014-06-17 15:46:08

 

 


나에게 20대는 욕심의 전성기였다. 그야말로 하고 싶은 일은 다 해보았고 웬만한 사람이 평생 할 경험은 다 누려보았다. 너무나 바쁜 10년이라서 모든 것을 기억할 수 없을 정도이다.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영화 주요 장면 모음처럼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이 모든 경험들이 나의 오늘의 바탕이 되었고 기준이 되었다.

20대의 손지애는 리더가 되어 인간을 존경을 하게 되고, 수많은 인간을 만나 나 자신을 알게 되고, 나라를 떠나 애국자가 되었다. 직장을 뒤로하여 작은 일에 매달리지 말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사랑과 결혼을 하면서 온 세상을 다 얻은 듯 했고, 아이를 낳으면서 신에 대해서 또 생명에 대해서 고개를 숙이게 되었다. 나에게 20대란 인생수업을 교실 안에서 바깥 세상으로, 나라안에서 바깥으로, 그리고 제일 놀라운 것은 내 자신의 바깥에서 내 자신 안으로 하게 해 준 기간이다. 그렇다. 20대에 나는 인생 대비 집중 특강을 받았다.

대학생활
  

대학시절, 교실에서 사회로 나가기 위해 알아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았다. 아르바이트, 서클활동, 심지어 데이트도 나에게는 인간관계 수업이었으며, 이 모든 것으로 나의 대학 생활을 채워갔다. 4자매의 장녀로, 여자 고등학교, 심지어 여자대학에 입학한 나에게 다른 학교의 남학생, 여학생을 만날 수 있는 서클은 필수적인 선택이었다. 그 중 영어 회화 써클에 들어가 부회장 직을 맡게 되었다. 부회장의 주요 업무 중 하나는 회원들을 이끌고 여름캠프를 가는 것이었다. 그래서 20세의 어린 나이에 거의 100명 되는 대학생들을 이끌고 ‘마라도’ 라는 한반도 최남단 섬으로 향하게 되었다. (부회장으로서 모든 뒤치다꺼리, 즉 먹을 것, 자는 것을 해결해야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몰랐으니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캠프 3일째 되던 날 식량이 거의 바닥이 나버렸다. 우여곡절 끝에 지프차를 얻어 타고 마을 시장에 가서 쌀을 사오면서 우연히 시장 아주머니들과 쭈그려 앉아 잠깐 수다를 떨게 됐던 것이 기억이 난다. 그날 아주머니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하면서 나는 인생의 중요한 교훈을 얻게 되었다. ‘서서 보는 인생만큼이나 쭈그려 앉아서 보는 인생은 즐겁다’는 것이다. 그 이후로 나는 눈높이를 항상 바꿔보게 되었다. 

나의 첫 직장

월간지의 여기자로 취직한 나에겐 큰 고민거리가 있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사회에 뛰어 든 ‘언니’들보다 어린 나로써는 두 가지 선택이 있었다. 언니들과 어울리기 위해서는 같이 행동 해야 하는 것이다. 언니들은 주로 비서와 총무직에 일했기 때문에, 아침마다 돌아가며 전 회사의 책상을 닦고 있었다. 같이 행동하지 않으려면 대졸 기자로써 그들을 상종하지 않는 것이다. 선배 대졸 여기자가 있었는데 철저히 고졸 여사원과 거리를 두면서 남자 사원들만 상대를 했다. 

고민 끝에 나는 새벽같이 출근을 했다.  아무도 없는 회사에서 책상을 닦아놓고 아침신문을 느긋하게 읽을 수 있었다. 덕분에 나는 부지런한 기자로 상사에게 칭찬을 들었고 ‘언니’들에겐 기특한 동생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물론 이후로 언니들에게 급할 때 기사 타자도 쳐주는 등 도움을 많이 받았다. 요즘도 어느 회사 사장을 만나더라도 비서들에게 깍듯이 인사를 하는 버릇이 있다. 작은 것을 소중히 하니 큰 것이 얻어 졌던 것이다. 

작은 잡지사이지만, 8년 만에 수습, 평기자에서 차장, 부장까지 오르게 되었다. 그곳은 편했고 즐거웠다. 그러나 아직 안주할 곳이 아니었다. 그리고 더 이상 나는 배우고 있지 않았다. 그래서 이력서와 내가 썼던 주요 기사를 스크랩 해서 뉴욕타임즈,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 등 여러 해외언론사들에게 돌리기 시작했다.. 마침 뉴욕타임즈가 서울 주재 기자를 구하고 있어 잡지사를 떠나 외신에 첫 발을 딛게 되었다. 

준비된 사람들이 모이는 곳

영삼성닷컴 회원들도 언론계 그것도 외신기자가 되고자 하는 학생도 있을 것으로 안다. 다른 곳은 모르겠으나 CNN입사는 국내 방송사와 달리 공채과정이나 수습과정이 없다. 



즉, 준비된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라 이해하면 쉬울 것이다. 거의 모든 부서의 모든 계층의 사람들은 타 기관에서 이미 나름대로의 경력을 쌓은 사람들이다. 나는 10년 넘게 한국을 취재한 경력으로 CNN의 눈에 든 것이므로 CNN의 입사과정은 정해진 법칙이 없다고 밖에 말할 수 없겠다.  다만 가능한 많은 방면의 전문가가 된다면 그만큼 입사의 기회가 높아진다는 것은 확실하다. 물론 다른 어떤 직장도 마찬가지일 것이라 생각이 들지만… 

Eternity

직장을 옮긴 후 손지애라는 여자는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고 남들이 다 가리라고 예상했던 유학을 포기하면서 그 남자와 결혼했고 1년 반 지나서 딸을 낳았다. 



요즘 출산율이 낮아서 온 나라가 떠들썩 하다. 내 생각에는 아이를 낳는 기쁨에 견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내 아이를 안았을 때의 느낌을 영어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eternity’다. 신의 섭리이기도 하고 인간의 무한함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또한 인간의 나약함을 느낀다. 한없이 잘났다고 생각했던 내가 이 작은 아이 앞에서는 힘을 못쓰는 것이다. 내가 이룬 어떤 일도 이 아이 앞에서는 무색해지며, 이 아이를 위해서면 어떤 일도, 내 목숨도 기꺼이 내 놓을 수 있다는 것은 사람을 한없이 겸손하게 만드는 것 같다. 



그래서 아이를 둘 더 낳았고 내가 한 어떤 일보다 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요즈음 젊은이들이 교육비와 자신의 커리어 때문에 출산을 포기한다는 말을 들으면 화도 나기도 하고 불쌍하기도 하다. 내가 추구했던 모든 욕심의 근본은 ‘사람’이었다. 직장도 아니며 직책은 더 더욱이 아닌 것이다. 이것이 내가 경험한 인생 특강의 가장 큰 교훈이기도 하다.

 

출처 : http://www.youngsams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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